전국 44개 대학 (여)교수회 미투운동 지지 선언

서울대학교 등 전국 44개 대학 (여) 교수회는 18일 『‘미투(Me Too)’는 우리 사회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해 미투 피해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국내 대학의 평교수 조직이 수평적으로 연대하여 특정 사회운동에 대한 지지 선언문을 공동으로 발표한 것은 실질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선언은 서울대학교 여교수회에서 발의하여 수일 만에 전국 국공립대 사립대 등 총 44개교의 평교수 조직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은 『한국 사회에 묻혀 있었던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의 문제가 미투 운동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게 되었다』며 『현재의 미투운동이 사회 전반을 개혁하는 운동으로 진화해 간다면 한국사회 성장을 위한 값진 기회』라고 미투 운동이 가지는 한국 사회 변혁의 의의를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선언문에서 이들은 『쏟아져 나오고 있는 #MeToo #WithYou 목소리는 오랫동안 누적된 성차별과 일상화된 여성 비하라는 구조적 문제를 표출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노동 문화 ‧ 조직문화의 후진성, 구성원 간 상호 존중의 부재, 권력의 오남용 등은 서로 연관된 미투운동의 본질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은『현재의 운동이 폭로나 고발에 그치지 않아야 하며 정파적 대립으로 인해 운동의 의미가 왜곡되어 해석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늦게나마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정 움직임이 선정적인 폭로 경쟁 속에 묻히거나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자 하는 다툼의 산물로 축소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선언 참여자들은 대학 내 실태에 관해서도, 『학교는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게 자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성희롱‧ 성차별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며 『이번 운동이 대학 사회에 변혁을 가져와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모두가 건강한 시민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부터 더 적극적인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언에 참여한 여교수들은 미투 운동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시발점이 되어 본질적인 변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와 문화 개선을 위해 차분하고 합리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며 특히 정부는 이 기회를 지속가능하고 실행가능한 구체적인 정책으로 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투운동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가는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 노동문제에서부터 나아가 삶의 질, 인구문제와 인적 자원의 사회적 활용 등 앞으로 한국 사회가 어떤 의미 있는 성장을 할 것인가에 직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선언문 발표의 경위와 관련해 서울대 여교수회 전화숙 회장은 “이번 선언을 준비하면서 여교수들의 폭발적이고 뜨거운 호응에 놀랐다”면서 “전체 대학의 평교수 조직의 연락망조차 없었던 상태에서 단 며칠 만에 44개 학교가 선언에 동참했다는 것은 미투 운동에 대해 이미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언문이 나오기까지 주도적 역할을 한 서울대학교 여교수회는 국공립대학으로부터 시작해 각 대학 여교수회에 연대와 동참을 타진했고, 이 과정에서 여대의 경우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교수들이 포함된 교수협의회나 교수평의회가 참여했으며 여교수회 자체가 조직되어 있지 않은 대학의 경우에는 자발적인 상호 연락을 통해 다수 교수들의 참여가 이루어졌다. 짧은 서명 시간 때문에 미처 연락이 닿지 못한 학교도 많아 “체계적인 연락이 가능했다면 대다수 대학이 참여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서울대학교 여교수회는 밝혔다.

특히 카이스트 등, 사회적 이슈에 관해 목소리를 내는 일이 드문 이공계 중심의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까지 선언에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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