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숙 국공립대 여교수연합회장 “일·가정에서의 성 평등, 선진국 지름길”

정영숙 국공립대 여교수연합회장 “일·가정에서의 성 평등, 선진국 지름길”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여성이 재능과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대학인데, 대학에서도 성 평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과 도전 정신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국·공립대 여교수회연합회 창립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정영숙 부산대 심리학과 교수.

전체 대학교수의 87% 남성
여성 시간강사는 47% 달해
여교수 채용 장려책 제안도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려면 성 평등, 즉 일과 가정에서의 평등, 일과 휴식에서 평등이 있어야 합니다. 대학에서 이런 평등이 시작되게 앞장설 생각입니다.”

정 회장은 먼저 전국 국·공립대 내 모든 학과에서 여교수를 뽑을 수 있게 나서겠다고 말했다.

2016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대 여교수 비율은 15.4%로 사립대 25%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설명이다. 특히 박사 학위취득자 중 여학생 비율은 38%, 시간강사 중 여성 비율은 47%에 달하지만, 대학교수의 87%가 남성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똑같이 박사학위를 받더라도 여성들은 시간강사에 머무는 반면 남성은 교수로 채용되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심지어 여학생이 많이 들어가는 인문대학에서도 여교수가 한 명도 없는 학과가 있습니다. 모든 학과에 여성 교수가 한 명이라도 있어야 여학생에게 역할 모델이 되어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이게 여교수연합회의 사회적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 회장은 “현재 부산대 특정학과에서 몇 년간에 걸쳐 교수를 채용할 때 세 번째에는 다른 학교 출신을 뽑아야 하는 것처럼, 교수 채용 시 일정 비율로 여성을 뽑아야 하는 법과 규정이 마련될 수 있게 교육부나 국회 등에 여성 교수 채용장려 정책 제언 등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어 “채용이 최종 목표가 아니다”며 “모든 곳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 승진, 임금, 활동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오피니언 리더그룹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남성과 여성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런 것들이 대학 안에서 배려되게 하고, 부산대나 다른 대학의 좋은 제도를 발굴해 널리 확산되게 하는 등 여성친화적 정책을 제안해 나갈 생각입니다.”

정 회장은 “현재 대부분의 국·공립대에 성평등추진위원회가 있는데, 대학본부가 주도하다 보니 활동이 일시적이거나 대학성평등정책 실현에 한계가 있는 등 아쉬움이 있다”며 “앞으로 우리 여교수회가 이런 위원회의 주체가 되어 정책 발굴 및 실현에 앞장설 것이니 각 대학 총장님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1959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정 회장은 초등 3년 때 부산으로 왔다. 남성여고, 부산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에서 석·박사를 마친 후 1987년 부산대 교수로 부임해 30년째 근무하고 있다. 2016년부터 부산대 BK플러스 ‘고령사회 대비 웰에이징 행복심리디자이너양성사업단’ 단장도 맡고 있다.

글·사진=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