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녀공학 대학 주요 보직에 여성 교수 전무
“대학 사회 다양화 위해 여교수 비율 할당제 필요”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내각 구성을 마무리하는 가운데 여성 장관 30% 공약을 달성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대학의 보직은 여교수에게는 여전히 유리천장으로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가 최근 실시한 학내 성평등 수준에 대한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보직교수의 경우 여성 비율이 10%에 그쳤다. 미국의 하버드대 57%, 스탠퍼드대 33% 수준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본지에서 2017년 현재 서울 소재 주요 남녀공학 대학인 △건국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10개교의 주요 보직(기획·교무·입학처장)교수 성별을 조사해본 결과 여성 교수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학 주요 보직에 여성 교원이 전무하거나 낮은 이유에 대해 A사립대 교무처장은 “여성 교수를 특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 교수들이 주요 보직을 격무 때문에 꺼리기도 한다. 대신 업무강도가 낮은 대외교류처나 학생처 보직을 맡는 편”이라고 말했다.
B대학의 교무처장도 “성평등 측면에서 남성과 여성이 모두 보직이나 의사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며, 대학이 의도적으로 여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부 성평등 기조를 바로 따라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 국·공립대여교수회연합회
하지만 여성 교수들은 이 같은 남성 보직교수들의 시각과는 달리 여성이 보직을 맡기 어려운 이유로 남성 중심의 위계질서와 대학의 구조적 문제를 꼽으며 이를 비판했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여성 보직교수 등의 문제를 ‘조직적 배제’로 봤다. 역량 있는 여성 교수는 많지만 이미 주요 보직에 진출한 결정권자들이 자신의 의견에 순종적인 사람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이 교수는 “여성 교수들은 처음부터 인선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남성 간 연대가 공고해 여성들이 들어오는 것 자체를 불편해한다”고 밝혔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대학사회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보다도 성평등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대학은 사회적 이념과 정의, 민주주의를 구현해 나가는 곳인데 성평등 부분에서 다른 영리 기관보다 훨씬 둔감하다”며 “더 큰 문제는 여성 교수들이 여성으로서의 권리나 주장을 할 만큼의 세력화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대학 내 보직에 여성 비율이 낮은 배경에는 애초에 여성 교수의 풀 자체가 좁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 통계를 살펴보면 2016년 기준으로 서울지역 42개 일반대학의 여성 교수 수는 남성 교수의 절반 수준이었다. 전임교원으로 범위를 축소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더 떨어진다.
정영숙 국·공립대여교수회연합회 회장(부산대)은 “여성 교수 비율은 사립대 25%, 국공립대 15% 정도에 그친다. 특히 공학 계열로 가면 더 열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학생 비중은 남녀가 반반인데 교수 비중은 여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여성 교수들이 힘든 보직을 기피한다고들 하지만 이것 역시 남성들의 선입견일 뿐, 애초에 일할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며 “제한된 경험에 근거해 사람의 역량 평가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대학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여성 교수들은 보다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여성 교수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경아 교수는 “과거 (여성 교수) 채용 목표제 20% 같은 제도도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정부도 여성 내각 강조하는 만큼 5대 5, 안되면 6대 4 정도의 로드맵을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나영 교수도 “사립대에도 여교수 비율 할당제 같은 소수자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이 필요하다”며 “권고사항으로 둘 게 아니라 벌점제 등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젠더 다양성은 장기적으로 인종, 학벌 등 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시작 단계일 뿐 단순히 여성의 몫을 늘려달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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